대부분의 밴드 소개글은 기타를 위한 별자리 운세처럼 읽힌다. 장르 잡탕과 빈 형용사를 걷어내고 세 가지 길이로 밴드 소개글 쓰는 법.
“규정할 수 없는 신선한 사운드”라는 문장 때문에 섭외된 밴드는 여태 한 팀도 없다.
그런데도 그 문장, 혹은 그것과 아주 비슷한 문장이 지금 인터넷에 있는 아티스트 소개글의 절반쯤에 들어 있다. 밴드 소개글 쓰는 법을 배운다는 건 사실 무엇을 지울지 배우는 일이다.
실제로 읽는 사람부터 생각하자. 프로모터는 90초 훑어보고 목요일 오프닝 자리에 맞는지 판단한다. 블로거는 두 줄만 가져가고 넘어간다. 페스티벌 스태프는 자정에 그걸 프로그램북에 붙여 넣는다. 이 세 사람을 위해 쓰면 소개글은 제 몫을 한다.
하나가 아니라 세 가지 길이로 쓰기
소개글 하나로는 절대 부족하고, 세 개를 쓰는 건 생각보다 일이 적다.
- •한 줄, 대략 15에서 25단어. 누구인지, 어디 출신인지, 어떤 소리인지. SNS 프로필, 포스터, 이메일 첫머리.
- •한 문단, 대략 80에서 120단어. 제일 많이 쓰는 버전. 섭외 메일, 플레이리스트 제안, 프레스킷, 오프닝 문의.
- •한 페이지, 대략 300에서 400단어. 기사와 인터뷰를 위한 전체 이야기. 아무도 그냥은 안 읽지만, 누가 달라고 하는 날엔 있어서 다행이다 싶다.
긴 걸 먼저 쓰고 두 번 줄인다. 늘리는 것보다 줄이는 게 쉽고, 짧은 버전은 잘려 나가고도 살아남은 문장이라 더 날카롭다.
장르 잡탕 없이 밴드 소개글 쓰는 법
장르 잡탕이란 스스로를 “포크 감성과 힙합의 날이 선 포스트펑크 슈게이즈”라고 부르는 것이다. 읽는 쪽에는 그냥 우유부단함으로 보인다. 라인업을 짜는 사람은 금요일 밤 9시에 당신의 공연이 어떤 분위기인지 알고 싶은데, 하이픈 붙은 장르 네 개는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는다.
장르 단어 하나와 그림 하나를 고르자. “성당 안에서 벌어진 술집 말다툼 같은, 시끄럽고 멜로디컬한 인디 록”이 형용사로 채운 문단보다 일을 더 한다. 상대가 그 공간을 그려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다음엔 지구상의 어떤 밴드도 가져다 쓸 수 있는 단어를 전부 지운다. 에너지 넘치는. 열정적인. 폭넓은. 소울풀한. 강렬한. 유일무이한. 다른 밴드 이름으로 바꿔도 말이 된다면, 그건 애초에 당신 얘기가 아니었다.
설득은 사실이 한다
좋은 소개글은 너무 구체적이라 오히려 심심할 정도다. 자기 동네 200석짜리 공연장을 매진시켰다. 개조한 헛간에서 마이크 하나로 사흘 만에 앨범을 녹음했다. 멤버 둘은 같은 창고 야간조에서 만났다.
종이 위에서 대단해 보이는 건 하나도 없고, 전부 믿을 만하다. 그게 핵심이다. 구체적인 사실은 신뢰를 산다. 주장은 못 산다.
숫자는 보통 하나면 된다. 사실인 것 중 가장 보기 좋은 걸 골라 평범한 말로 쓰고, 뒤에 네 개를 더 쌓고 싶은 충동은 참는다.
3인칭으로, 사과는 빼고
기본 소개글은 3인칭으로 쓴다. “Marrow Street는 북부 항구 도시 출신의 4인조다”는 기자가 그대로 붙여 넣을 수 있는 문장처럼 읽힌다. “저희는 4인조입니다”는 메시지처럼 읽혀서, 쓰는 사람이 당신을 다시 써야 한다.
1인칭은 직접 운영하는 채널에 남겨 두자. 거기서는 말투 자체가 매력이다. 그리고 자기 비하는 버린다. 존재를 사과하며 시작하는 소개글은, 무대에서도 사과할 사람이라고 프로모터에게 말하는 셈이다.
프로모터가 실제로 필요로 하는 것
- •활동 지역, 그리고 어디까지 이동할 수 있는지
- •한 문장으로 된 사운드 설명
- •최근의 사실 하나: 발매, 오프닝 무대, 청취자 수
- •관객 동원력. 괜찮다면 꾸미지 말고 그대로
- •링크 하나, 여덟 개 말고
마지막 항목이 생각보다 중요하다. 음악과 사진과 연락처가 다 있는 목적지 하나를 준다. 그 목적지는 보통 프레스킷이고, 전체 구성은 EPK 만드는 법에 정리해 뒀다. 소개글이 나머지 활동 안에서 어디쯤 놓이는지는 밴드 홍보하는 법을 보자.
몇 달에 한 번씩 다시 쓰기
소개글은 생각보다 빨리 낡는다. 첫 EP 이야기는 두 번째가 나오는 주에 흥미를 잃는다. 캘린더에 알림을 넣고, 분기에 한 번은 소리 내어 읽고, 바에서 처음 보는 사람에게 말하기 조금 민망한 부분은 다 잘라낸다.
솔직히 소리 내어 읽는 게 시험의 전부다. 가짜 문장은 눈보다 입이 먼저 알아챈다.
같은 선택을, 게임 안에서
같은 문제를 Road to Headliner 안에 넣어 뒀다. 이름과 도시와 사운드를 고르면, 그다음부터는 홍보 선택 하나하나가 그 정체성을 날카롭게 만들거나 흐리게 만든다. 언론과 평판은 거기서 진짜 화폐이고, 마케팅과 홍보 가이드에 그것이 누가 당신을 부르고 누가 오는지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나와 있다.
그러니 오늘 밤 긴 버전을 쓰고, 두 번 줄이고, 스스로를 규정 불가라고 소개하는 건 그만두자. 어떤 소리인지 말하고, 사실 하나를 말하고, 링크 하나를 준다.
부담 없는 곳에서 이걸 다 연습해 보고 싶다면, 브라우저에서 무료로 밴드 시작하기를 할 수 있다. 첫 공연은 5분 정도면 잡힌다.


